로고


커뮤니티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추천리뷰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제이안 개인전 청계천 ㅡ 기억될 시간 리뷰

김영태

제이안 개인전 청계천 ㅡ 기억될 시간 리뷰


전시기간: 2014. 03.19-3.25

전시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환기시키는 사진조형언어


Frozen in Time 03, 잉크젯, 300x200cm, 2013



 근대적인 의미의 도시는 산업화의 산물이다. 농경사회에서 벗어나 산업화 과정에서 상공업의 중심지에 인구가 밀집하고 모던한 건축물이 세워지면서 도시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꿈틀거린다. 외부로 세를 넓혀 나가고, 내부적으로도 생성하고 쇠퇴 및 소멸을 거듭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근대적인 의미의 도시가 형성되었다.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전통과 관계없이 일제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 도시를 재구성했다. 서울, 부산, 대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도시들은 해방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변모했고, 1960년대에 경제개발정책에 의해서 급속도로 팽창하고 현대적인 도시로 거듭난다. 특히 서울은 산업화과정에서 서구화, 현대화되면서 다양한 문화와 삶의 표정을 내재하게 된다. 그중에서 청계천 주변과 세운상가 뒷골목은 1960년대와 70년대 고도성장기의 빛과 그늘이다. 현재는 세운상가 주변이 정리되고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외형적으로는 첨단현대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주변의 뒷골목풍경은 고도성장기의 또 다른 흔적으로 남아 있다. 


 제이안은 오랫동안 미국, 쿠바 그리고 유럽의 도시를 컬러로 표현한 작품을 발표해왔다. 


 컬러에 민감하고 화면구성 능력이 감각적이다. 컬러를 통해서 작가 자신의 세계관 및 미적인 주관을 표현한다. 작가의 작품은 시대와 마주하는 감각적인 컬러, 절제된 화면구성 등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서 완성도를 유지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 남아 있는 산업화의 흔적을 컬러로 표현했다. 작가는 시간이 멈추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청계천 세운상가 뒷골목의 다양한 풍경을 기록했다. 한때 세운상가 주변 기계 공작소들은 탱크와 미사일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 될 정도로 한국기계제조업의 중심적인 공간이었다. 이제는 시간의 흔적들이 그 시절을 환기시켜준다.


 그곳에는 아직도 소규모 기계 공작소들이 남아있다. 또한 세월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작가는 그곳의 풍경을 어두운 톤과 원근감이 강하게 드러나는 화면으로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주 5일제 근무를 하게 되면서 충무로, 을지로, 청계천 등은 주말마다 사람을 찾아 볼 수없는 적막한 공간으로 변한다.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영세한 소규모 업체의 문들은 모두 닫혀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작가가 찍은 사진에서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주로 일요일에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곳곳에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어디에선가 사람의 목소리나 요란한 기계소리가 울려 퍼 질 것처럼 느껴진다. 이 지점에서 초현실주의 운동의 창시자 앙드레 브루퉁(André Breton, 1896.2.19~1966.9.28)이나 독일의 비평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7.15 ~ 1940.9.26)이 20세기초반 프랑스의 사진가 으젠느 앗제(Eugène Atget, 1857.2.12 ~ 1927.8.4)의 골목풍경사진에서 느낀 초현실성과 만나게 된다. 현실에 존재하는 장면과 대상들이지만, 현실을 초월한 다른 층위에 존재하는 공간으로 느껴진다. 이것이 시간과 세월을 일깨워주는 사진 고유의 매력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진의 리얼리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사진작업을 한다.


 제이안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기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그때 그 시절 격동기를 분명하게 기억한다. 하루가 다르게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가난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 찬 시대였다. 또한 가난하게 살아있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정으로 서로를 아끼고 도와주면서 살았던 때였다. 작가는 청계천 골목의 여러 풍경을 재현함으로써 그러한 시절의 추억을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내게 한다.


 오래되고 낡은 벽,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셔터 문, 버려진 기계 등 다양한 대상과 풍경을 기록함으로써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의 감수성 및 정서를 자극한다. 또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과거공간으로 여행을 하게 한다.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사회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빠르게 변모했다. 하지만 청계천 세운상가 뒷골목은 섬처럼 시간이 멈춘 채로 남아 있다. 작가는 이러한 공간을 감각적으로 재현했다. 거친 대상들을 재현했지만 정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결과물로 변주됐다. 보는 이들을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하면서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고, 동시에 현재를 깨닫게 한다. 이것이 작가 작품의 매력이자, 표현매체로서의 사진의 고유한 특성이기도 하다. 이번전시는 작가 스스로가 사회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근대화의 또 다른 의미를 일깨워주는 전시이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전체 0 페이지 0

  • 데이타가 없습니다.
[1]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